2015. 10. 19. 01:38



아침부터 분주하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쳐도 엄마는 미역국을 데우고, 언니는 졸린 눈을 부비며 고기를 굽는다. 하나라도 더 챙겨 보내려고 또 괜찮다고 옥신각신 실랑이 끝에 덜어내고 덜어내져 들려가는 깻잎 장아찌 반덩이와 까만 봉지 속 어리둥절한 자몽 두 알. 


짙은 안개길이 염려가 되어 따라나선 언니와 운전대를 잡은 아빠. 희뿌연 안개를 뚫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늙은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빠는 올라가는 차편을 사가거라하시며 지갑을 꺼내려 양복 주머니를 뒤적이셨지만 나는 됐다며 손사래를 치고 차에서 뛰어내렸다. 씩씩하게 대합실로 들어가 줄을 서있는데 나를 뒤따라 나온 언니의 손에 들린 삼만원. 못 이기는 척 둘이 나란히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서울로 가는 가장 빠른 차편이요."

서울로 가는 버스 차표는 일만 몇천원. 언니는 차표와 잔돈을 접어 내 손에 쥐어주었다. 


새삼 눈이 시리고 코끝이 시큰해져 먼산만 멀뚱멀뚱. 

계획은 있니. 아니 나는 잘 모르겠어... 얼른 들어가 나는 갈게.

뒤 돌아 가는 언니의 뒷 모습을 보며 터지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친다.

나는 무엇인지 서러워져 눈물을 쏟아내며 아직 어둑어둑한 대합실을 지나 안개가 자욱한 버스 승차장 벤치에 앉았다. 


엄마 생일엔 꽃을 사주고 싶었는데, 정작 저의 엄마 생일엔 꽃 한 송이 못 사다준 그런 딸은 또 뭐가 급해 허둥지둥 서울에 올라간다.


커튼을 치고 좌석에 몸을 깊게 묻고, 코를 훌쩍이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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